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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식

[폐광지 산업문화유산을 살리자] 3. 탄광촌 보존·복원사업의 시행착오와 교훈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9-23 조회수 :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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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지우려던 검은 흔적 탄광촌 정체성마저 지웠다

 

강원남부권 폐광촌은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시행 이후 무더기 폐광과 더불어 광산시설의 해체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검게 그을린 광산촌의 기계설비와 각종 기록물이 후손에게 남겨줘야 할 유산·유물인지 조차 깨닫지 못했다. 오로지 검은 도시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탄광촌의 모습은 삽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유산과 전통풍습, 문화 마저 송두리째 뿌리 뽑히고 카지노가 구세주인냥 자리잡았다. 이로 인해 탄광촌의 도시정체성은 갈팡질팡 흔들리고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지역성을 상실한 채 모방에 근거한 관광산업과 조급한 도시개발이 주원인이다. 어설픈 탄광촌 보존계획이 오히려 소중한 산업유산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으로 변질된 것이다. 폐광지 산업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광산촌 생활현장 복원·보존사업과 태백체험공원의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교훈을 살펴본다.

 

 

 

▲ 태백체험공원 현장학습관에 설치된 갱도체험장.

 

조급한 개발로 ‘지역성’ 파괴 

 

지역별 유사사업 경쟁력 저하 

 

시설 해체시 주민·전문가 참여 

 

4개 시·군 산업유산 연계 필요

 

 

■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 

 

현황 강원도는 지난 2004년부터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4개시군 폐광지의 경제진흥 방안으로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당초 올연말까지 국비(관광기금)와 지방비, 민자유치 등 총 1267억원을 들여 9개사업을 연차적으로 완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해당 시군별 사업취소와 민자유치가 저조하게 진행되면서 4개시군 6개사업 및 ‘탄광지역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총 7개사업으로 변경된 데 이어 총사업비 역시 기금 325억원, 지방비 158억원 등 총 483억원으로 축소됐다. 

 

현재 완료된 사업은 △영월 마차리 탄광문화촌 △탄광지역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2건이다. 시행 중인 사업은 △삼척 산양 농·산촌 체험마을 △영월 구래 숯마을 △정선 신동 안경다리 탄광마을 △정선 고한 삼탄광산 아트밸리 등 4건이다. 태백 소도광산 역사체험촌은 철암 탄광촌 보존·복원사업으로 변경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

 

도는 올들어 지지부진하게 추진 중인 이들 사업의 활성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체계적인 사업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일부 사업은 탄광촌 보존·복원과의 연관성이 미흡하고 산업유산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지키고 활용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없는 실정이다. 여기다 폐광지 주민의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우려감이 크다. 

 

또 당초 사업목표인 탄광촌에 산재한 산업유산과 생활현장을 활용한 폐광지 도시재생과 지역주민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개선 역시 투입예산 대비 낙관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특히 유사·중복성격의 사업추진은 경쟁력 저하를 자초할 뿐 아니라 향후 해당 자치단체가 부담할 운영비도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체인 도와 해당자치단체가 4개 시·군을 연결하는 폐광지 산업유산 루트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비문화재라도 보전가치를 지닌 유물이나 강한 지역성을 보유한 근·현대 유산을 통해 지역 정체성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태백 체험공원

 

태백체험공원은 폐광지 대체사업 육성과 광산현장 재현을 위해 추진한 사업 중 대표적인 ‘돈 먹는 공공시설’로 꼽히고 있다. 

 

태백시는 지난 2006년 4월 문곡소도동 소재 옛 함태탄광 터 19만8000㎡에 광산촌 체험공원을 개장했다. 총 사업기간 8년간 국비 66억원, 도비 8억원, 시비 55억원 등 모두 130억원이 투입됐으며 주요시설은 현장학습관과 탄광사택촌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체험공원을 방문한 연간 입장객은 개장 첫해 3만3825명에서 지난해 1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입장수입료는 불과 총 300만원에 그친 반면 운영비는 1억여원을 넘어섰다.

 

태백체험공원은 거액의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광산촌 호황기 시절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체험공간을 조성하는데 실패했다. 즉 아이러니하게 예산을 들여 옛 함태탄광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사업추진의 현장성과 진정성이 파괴됐다는 지적이다. 

 

또 조성부지인 함태탄광의 유물과 유산을 활용하기 보다 모형 전시물에 치중하고 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차별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 60~70년대 영월광업소 마차탄광 호황기 시절을 재현한 영월탄광체험촌 설치조형물. 

 

■ 영월 탄광체험촌 

 

영월군 북면 마차리에 조성된 탄광체험촌은 도가 추진하는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첫 작품이다. 지난 2009년 10월 옛 영월광업소 터에 8만8566㎡ 규모로 탄광촌 생활관, 갱도체험관, 탄광문화 현장학습장 등 3대 테마공간으로 개관했다. 사업비는 국비(기금) 87억원, 지방비 37억원 등 125억원이 투입됐다. 영월군은 탄광체험촌의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체험시설과 겨울철 놀이시설을 추가 확충하고 장기적으로 탄광촌 먹을거리 단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영월군의 자구책에도 불구 탄광체험촌 역시 태백체험공원과 ‘오십보 백보’인 상황이다. 

 

실질적인 개장 첫해인 2010년도 연간 총입장객 5만1197명 중 유료방문객은 3만7317명에 불과했다. 상근직원 4명의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경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월 탄광체험촌의 저조한 반응은 이미 예견됐다. 광산촌 생활현장 보존·복원이라기 보다 또하나의 ‘마네킹 박물관’이라는 거친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탄광촌 생활관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국내 최초 탄광촌으로 개발된 영월광업소 마차탄광 본사무실을 리모델링한 역사의 현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안내표지나 보존 유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모형물로 가득 채워졌다. 더욱이 시설 조성과정에서 사업부지 인근에 소재한 옛 광업소 사택촌을 전면 철거, 현장감을 스스로 저하시킨 데다 마을주민과 동떨어진 곳에 조성한 점도 시설 활용도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용규 산업문화유산연구소장은 “영월 탄광체험촌은 시선을 끌만한 현대식 시설 배치에 앞서 찢어지고 무너진 역사의 현장, 즉 산업문화유산의 보존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설운영을 통한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방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 정선 삼탄광산아트밸리 

 

▲ 가행 중인 정선군 고한읍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수갱시설.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정선/박창현

 

정선군은 지난 해 6월부터 국내 굴지의 민영탄광이었던 고한읍 소재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폐광부지(3만9500㎡)에 ‘삼탄광산아트밸리’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삼탄광산 아트밸리’는 국비(기금) 77억원, 지방비 33억원 등 총 110억원을 들여 내년말까지 광업소 본관건물과 기계공장, 압축기실을 리모델링해 갤러리와 탄광전시·자료실, 공연·이벤트홀, 야외공연장 등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군은 이를 위해 지난 7월 국내외 미술품과 아프리카 유물을 보유한 전문 전시업체 ㈜솔로몬을 시설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지역주민과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사업추진 과정에서 추억과 향수가 담긴 광업소 본관건물의 유리창을 모두 걷어내는데 이어 기존 내부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공사에 들어가자 또하나의 산업유산 파괴라며 안타까운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이 자체 보관 중이던 광산촌 호황기 시절 기록물이 공사과정에서 소실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광산촌 보존유산은 껍데기만 남고 ‘아프리카 유물전시실’로 변질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폐광부지를 활용한 광산촌 회생방안은 신중한 사업선택과 더불어 기존 광산시설의 철거와 해체, 리모델링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유물·유산 보존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다. 

 

 

박창현 chpark@kado.net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